안녕하세요! 영국에 벌써 산 지도 14년 되었고 우리 첫 아이가 다음 달에 만 12세가 되니 여기서 자녀를 키운지도 꽤 되었습니다. 영국에서 나의 눈으로 본 영국인들의 자녀교육에 대해서 적어볼까 합니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영어 교육하는 일을 하였다. 하지만 내가 학부형으로 한국에서 살아온 것은 아니다. 다만 영어를 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영어 학원 강사, 영어 과외가 나의 일이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학부형들이 얼마나 자녀교육에 열성적인가는 잘 알고 있다. 학부형들이 나의 고객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야 했지만 자녀가 없는 내가 백프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우리 부모님도 내가 어릴 적에 교육에 무척 열성적인 분이셨다. 자녀들이 좋은 학교에 가야한다고 대구에서 교육열이 가장 핫한 수성구 지역으로 이사를 갔을 정도니까 말이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대학졸업자가 많은 나라이다. 사실 요즘 대학을 졸업한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뭐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와는 반대로 유럽사람들은 대학을 많이 가지 않는다. 사실 영국에서 오래 살다보니까 대학을 가지 않아도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 아이들이 아직 어리지만 공부에 별로 흥미가 없다면 굳이 대학을 보낼 필요가 없다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전기기술자 (electrician), 배관공 (plumber), 가스기술자 (gas engineer), 냉장고 기술자 (fridge engineer), 페인트칠 하는 사람 (decorator), 정원사 (gardner), 조경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 (landscaper), 정비공 (mechanic) 등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고소득 직종에 속한다. 웬만한 대졸자들보다 이들이 받는 임금은 2-3배에 가깝다. 영국이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더욱 그런것 같다.


이렇다 보니 영국인들은 자녀가 공부에 관심이 없다면 이러한 기술을 배우는 곳으로 진로를 설정한다. 꼭 공부를 해야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러한 확실한 기술을 배워서 전문가가 된다면 돈걱정은 하지 않고 평생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인들은 우리나라사람들처럼 모두 교육열이 높지는 않다. 공부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이 있다. 외국에서도 상위층은 우리나라사람들 못지 않게 사교육을 많이 시킨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는 영국의 상위층도 한국의 상위층만큼 사교육을 많이 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서 곱하기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산수를 좀 힘들어 했다. 나는 그 때 둘째가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아기를 보면서 첫째 아이를 직접 가르치는 것이 무척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하는 구몬수학 학습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등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선생님이 직접 집으로 오지만 영국에서는 학생이 구몬센터에 직접 가야한다. 우리나라처럼 아파트 단지가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주택에 사는 구조이다 보니 구몬센터까지 우리집에서 20분을 운전 (왕복 40-50분)해야 했다. 


구몬센터에 막상 도착해 보니 백인 영국인은 별로 없었다. 대부분이 중국인, 인도인, 중동사람들이었다. 백인 영국인들은 이렇게 교육에 관심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다. 우리나라의 경우 피아노는 대중적으로 다들 배우는 것 중의 하나이다. 내가 76년생인데 초등학교 때 피아노를 배우러 학원에 다녔다. 하지만 우리 딸에게 피아노 수업을 배우게 하려고 하니 막상 영국에 피아노를 가르치는 학원, 선생님이 별로 없었다.

동네에 딱 한군데 있는 음악학원에 전화를 해서 등록을 하려 해도 2-3달 대기가 걸려 있으니 2-3달 후에 다시 전화하라는 것이다. 대기를 걸어 놓았는데 코로나가 터져서 피아노 수업이 모두 정지되었다. 코로나 기간 동안 리버풀로 이사를 오게 되어서 피아노수업을 다닐 곳을 찾았다. 변두리 동네에 살다가 도시로 이사를 왔으니 피아노 수업을 할 곳이 많이 있겠지? 하고 내심 생각했다. 하지만 피아노를 가르치는 곳은 몇군데 되지 않았다. 코로나 봉쇄명령이 막 끝난 후라서 그 사이에 피아노를 다니던 학생들이 많이 빠졌는지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고 쉽게 시작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예전에 영어과외를 하면서 우리나라 아이들이 음악 전공을 할 것도 아닌데 음악레슨을 받는 것을 많이 보았다. 어린 시절 음악을 배우는 것은 추후에 언어능력과 수학능력에 많은 도움을 끼친다. 우리 딸에게 피아노 정도는 가르치는 것은 사실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딸이 그 당시에 따로 다녔던 곳은 수영밖에 없었는데 그것마저도 코로나때문에 그만하게 된 상태였다.

이사를 하고 우리 딸이 1년 후면 high school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좋은 학교의 입학조건을 홈페이지를 통해서 알아보았다. Grammar school (그래머 스쿨 ; 시험을 봐서 들어가는 학교)을 제외한 리버풀에 위치한 훌륭한 학교들은 Liverpool College https://www.liverpoolcollege.org.uk/,  King David High School https://www.kingdavidliverpool.co.uk/,  Belevedere academy https://belvedereacademy.net/가 ofsted (영국의 학교 상태를 매년 검사해서 나름 학교의 급을 매기는 곳)에서 outstanding (훌륭한 학교)였다.

Liverpool College에 한달 전에 입학한 우리 딸


이 학교들의 홈페이지에서 어떤 학생들을 고르는지를 확인했는데 Belevedere academy를 제외한 다른 두 곳은 음악시험을 치는 것이었다. Liverpool College는 간단한 음악 필기 시험을 치고 King David는 실제로 면접관들 앞에서 연주를 해야 한다. '영국 상위층들은 음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리 딸이 다니는 음악학원에도 구몬수학과 다르지 않게 백인 영국 학생들이 별로 없다. 인도, 중국, 중동 사람들이 주류를 이룬다. 영국에 거주하는 인도 사람들의 경우 의사나 컴퓨터전공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중산층을 누리며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므로 교육열이 높다. 중국인들은 1세대의 경우는 식당이나 요식업을 하고 2세대의 경우 1세대의 노력으로 교육을 받아 의사, 변호사 등을 하는 사람들이 많으므로 또한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하다. 중동사람들은 워낙에 다양한 나라가 많기 때문에 특정 직업군에 일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교육열이 높은 것은 확실하다.

영국인들은 그렇다면 자녀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키는가? 실제로 우리나라처럼 돈이 많이 없어도 경제상황에 맞게 학원을 보낸다거나 하지는 않다. 돈이 없으면 그냥 집에서 놀거나 티비를 보고 있다. 현재 내가 거주하는 곳은 리버풀에서는 학군이 좋은 곳에 살고 있는데 그렇다고 아이들이 우리나라처럼 계속 여러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교습을 받거나 하지는 않는다.

영국이 축구강국이다 보니 어릴 때부터 남자아이들은 매주 토요일, 주중에 하루 등 축구경기를 하러 많이 보낸다. 어떤 부모들은 만 3세부터 축구를 시키는 것도 보았다. 수영과 체조 (gymnastics) 수업도 많이 보낸다. 수영의 경우 초등 4학년이 되면 학교에서 매주 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시키지 않는 가정에서도 학교에서 아이들이 너무 못하면 창피당한다면서 3학년 쯤부터는 시키는 추세이다. 수영수업을 한다고 그걸로 어떤 시험을 치거나 그렇지는 않다. 여자아이들은 발레수업을 많이 한다. 주로 운동과 관련된 수업을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처럼 주 2-3회 하는 것이 아니고 주 1회 하는 것이 끝이다. 한국에서 자라서인지 주 1회해서 얼마나 늘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따라서 5가지 수업을 받는다고 해도 월-금요일까지 하루 한가지만 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축구 경기에서 우승한 아들


영국에서 살면서 영국인들의 자녀교육에 대해서 내가 경험한 것을 토대로 적어보았습니다. 영국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해서 궁금하신 것이 있으면 쪽지주세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공감과 댓글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Love Kimchi

Korean food, desserts, family with a bit of travel in between. Based in Liverpool, UK. Kimchi expert.😎 www.gildedgingerbread.com www.lovekimchi.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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